유전학으로 본 DNA, 우리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

DNA는 생명의 설계도이자, 우리 몸을 조각하는 정교한 프로그램입니다. 세포 속 유전정보가 어떻게 우리를 만들어내는지, 유전학의 눈으로 흥미롭게 풀어봅니다.

 

눈동자의 색, 머리카락의 굵기, 심지어 성격의 경향까지 모두 DNA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분자는 단순한 ‘유전자 코드’가 아니라, 세포가 몸을 만드는 과정을 지휘하는 거대한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DNA가 어떻게 복제되고, 단 하나의 세포에서 온몸으로 확장되는지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봅니다.

세포 안에 숨은 ‘작은 건축가’, DNA

우리 몸은 약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세포에는 ‘DNA’라는 공통된 설계도가 들어 있습니다. DNA는 일종의 건축 도면처럼, 세포가 무엇을 만들고 언제 작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휘자입니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악보처럼, 수많은 단백질들이 이 코드에 맞춰 움직입니다. DNA는 두 가닥의 나선 구조로 꼬여 있으며, ‘A-T, G-C’ 네 가지 염기가 짝을 이루며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 네 가지 조합이 무려 30억 개쯤 이어져 우리의 유전정보를 구성하죠. 말하자면 인간의 몸은 30억 글자로 쓰인 생명의 시(詩)인 셈입니다.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된 나

수정란은 단 하나의 세포입니다. 하지만 그 세포 안의 DNA는 이미 완성된 ‘나’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후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를 그대로 복제해, 근육세포·신경세포·피부세포로 다양하게 분화합니다. 흥미로운 건, 모든 세포가 같은 DNA를 가지고 있어도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 발현’이라 불리는 과정입니다.

유전자의 켜짐과 꺼짐,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쌍둥이도 같은 DNA를 지니지만, 환경과 생활 습관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유전자가 일정 부분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음식, 수면, 심지어 정서적 경험까지도 유전자 스위치를 바꾸는 요인이 됩니다. 이처럼 DNA는 운명이라기보다 ‘가능성의 설계도’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DNA는 계속 말을 걸고 있다

우리 몸속 DNA는 매 순간 손상되고 복구되며, 세포의 생명 주기를 조절합니다. 햇빛, 음식, 운동, 감정 등 모든 자극은 유전자에게 신호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유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대화하는 생명 언어”라고 말하죠. 내가 오늘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내 유전자의 반응을 조금씩 바꿉니다.

유전학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언어’

DNA를 안다는 것은 단지 과학을 배우는 게 아 니라, 내가 왜 이런 몸과 성격을 가졌는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유전학은 생명의 비밀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과학의 언어로 다시 읽는 과정입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같은 책을 품고, 각기 다른 챕터를 펼쳐 쓰는 것 — 그게 바로 우리 몸의 아름다운 서사입니다.